Ⅳ. 배경 연구
본 과제에서는 마가복음 2장 28절에 나오는 ὁ υἱὸς τοῦ ἀνθρώπου 라는 표현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다. 이 연구는 ‘인자’라는 단어의 배경을 살피는 작업이다. 인자는 구약 히브리어 역본에서 두 가지 단어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אֱנָשׁ בַּר, 다른 하나는 אָדָם בֶּן 이다. 복수 형태는 제외했다. אֱנָשׁ בַּר는 구약 전체에서 1번 사용 되는데 다니엘 7장 13절에서 나타난다. אָדָם בֶּן은 구약 전체에서 99번 사용되는데 에스겔에서 93번, 예레미야에서 4번, 시편과 다니엘에서 각각 1번씩 사용된다. 히브리어를 헬라어로 번역한 70인역 역시 참고할 수 있는데 אֱנָשׁ בַּר는 70인역에서 υἱὸς ἀνθρώπου로 번역된다. 이 같은 형태가 70인역에서 총 132번 등장한다. 에스겔에서 95번, 시편에서 9번, 예레미야에서 5번, 욥기와 데오도티안 다니엘 역에서 3번, 유딧과 잠언과 시락서 그리고 다니엘에서 2번, 민수기, 사무엘상, 하, 열왕기상, 역대하, 솔로몬의 지혜, 솔로몬의 시편, 미가, 이사야에서 각각 1번씩 사용된다. 마가복음에서 나타나는 ὁ υἱὸς τοῦ ἀνθρώπου 표현도 70인역에서 31번 발견되는데 시편에서 19번, 전도서에서 4번, 데오도티안 다니엘 역에서 2번, 창세기와 제1에스드라와 요엘 그리고 다니엘에서 각각 한번 나타난다. 이상 외경과 구약 본문에서 인자라는 단어가 얼마나 나오는지 살펴보았다. 이제는 이 단어들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지, 외경과 주변문헌에서 인자라는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살펴볼 차례다.
1. 구약에서 인자란 무슨 의미인가?
1) אֱנָשׁ בַּר (다니엘 7:13을 연구)
다니엘 7장에서 인자가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답은 없다. 다만 학술적으로 인자를 하나님의 백성의 상징으로 보거나 천사의 존재로 보는 견해와 인자를 다윗의 메시야적 인물로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 리차드 헤이스의 바울연구에서 사용된 방법론을 살피면 이스라엘의 이 위대한 이야기는 비유와 은유로서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인식, 자신의 백성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 된 구출과 그 자신의 정체성과 소명에 관한 것이다. 이 관점을 마가와 다니엘의 인자를 연구하는데도 사용한다. 다니엘 7장은 다니엘이 본 환상과 그 꿈을 다루는 본문이다. 기자는 네 짐승과 인자에 대해 묘사한다. 짐승은 이스라엘과 싸워 이긴다. 하지만 인자가 와서 이스라엘을 회복시켜주시고 신원해주신다. 그때 하나님의 나라가 임한다. 이와 같은 해석은 외경에 의해서도 지지받는다. 4 에스드라에서 인자는 이스라엘의 적을 하늘 성전에서 멸절시킨다. 다니엘 7:13의 인자는 하늘에 있는 성전에서부터 임재하시는 이 이며 그의 백성들을 신원하고 이스라엘을 회복시킬 이이다. 결국, 그는 다윗의 메시아적 존재이다. 인자는 지상에 있는 신적 존재이다.
2) אָדָם בֶּן (시편 8:4 와 에스겔 2:3을 중심으로)
시편 8:4에 나오는 인자의 개념은 단순히 그 앞에 나오는 “사람”의 시적인 동의어이다. 하나님의 창조라는 광대함 속에서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다. 시편뿐만 아니라 에스겔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들어 에스겔 2:3에 나오는 인자는 하나님이 부르시는 화자 즉, 에스겔을 지칭하는 것이며 동시에 에스겔서의 독자를 지칭하기도 한다. 이 같은 용례들로 보아 אָדָם בֶּן 은 ①사람, 인류 ②신적인 존재보다 못한 피조물로서 인간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2. 외경에서 인자는 어떤 의미인가?
에녹의 책은 에티오피아의 사회 문화적, 지적, 그리고 교회적인 배경을 다루고 있다. ‘그 천사가 내게 와서 내게 그의 음성으로 사를 하고 나에게 말했다. 당신은 의로 태어난 사람의 아들이며, 날들의 머리의 의가 너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에녹서 71:14에서 에녹은 ‘날들의 머리의 의와 관련 있는 존재’를 사람의 아들이라고 명백히 말한다. 저자는 메시야적 통치 관념과 에녹, 인자에 대한 초자연적인 특성을 전달할 뿐 아니라 종말론적 인물의 정체성과 역할을 하나님의 것과 동일하게 제시하고 있다. 에녹 71:14과 에녹 52:7, 38을 비교할 때 우리는 저자가 인자라는 단어를 통해 여호와와 메시야를 말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이름은 사람의 아들의 정체성과 그의 역할이 하나님의 정체성과 역할에 포함된다는 것을 말한다. 즉 에녹서 71:14에서 인자는 ③계시 된 신성한 대리자 또는 메시아 적 인물, 하나님의 의를 구현하고 세상에서 하나님의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다.
3. 결론
구약에서 ‘인자’는 세 가지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 그 의미는 ①인간, 인류 ②신적인 존재보다 못한 피조물로서 인간 ③ 신성한 대리자 또는 메시아 적 인물이다. 어떤 학자들은 마가복음 2:28절을 연구하면서 인자를 이해할 때 다른 헬라어 역본의 아람어 표현인 ‘바르 나사’를 참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28절의 인자는 2:27의 사람과 동의어가 된다. 이 해석에 따르면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다. 그러므로 사람이 안식일의 주인이다.’라는 병행구가 만들어진다. 이 의미는 구약에서 쓰이는 용례와 일치하므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안식일 밀 이삭 사건이 논증되는 마가복음의 근접문맥으로 미루어 보면 바람직하지 않다. 안식일의 주인이라는 권세는 개념적인 인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 돌려져야하기 때문이다. 공관복음에서 나타나는 인자라는 개념은 다니엘 7장에서 나오는 개념이다. 다니엘 7장에서 나타나는 인자는 신성한 존재의 현현을 의미한다. 그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마가는 그의 복음서 1장에서 인자는 죄를 용서하는 자, 2장에서 안식일의 주인이라 소개한다. 그런데 죄 용서와 안식일의 권위는 여호와의 특권이다. 그러므로 마가복음의 인자는 하늘에서 임재하신 신적 존재와 연관 있다.
따라서 마가 2:28에서 말하는 ‘인자’는 메시야를 지칭하는 것이다. 마가 전체에서 메시야로 소개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이므로 마가복음 2:28에서 등장하는 ὁ υἱὸς τοῦ ἀνθρώπου 는 예수 그리스도를 지칭할 수밖에 없다. 마가의 예수는 그의 가르침을 통해 인자라는 개념과 자신을 계속해서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다.
